나는 시험관을 일곱 번이나 했다.
뭐랄까.. 시험관 시술계의 장수생..이랄까.
(TMI로 시험관 시술은 영어로 IVF 라고 한다. 주사기 들고 해외여행 갈 생각에 알아둠...ㅎㅎㅎ)
이렇게 말하면 다들 내가 아기를 엄청 좋아하고 절실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솔직히 그렇지만은 않다.
쉬어가고 싶기는 했지만 나는 돈 버는 걸 좋아하고 일하는 게 즐겁다.
그냥. 나는 내가 흘러가는 대로 살기로 했고
그 흐름 속에 있었을 뿐이다.
그간 시험관 시술에 몇 번이나 실패하면서 의구심이 들었다.
나는 혹시.. 무슨 시험이라도 보듯 시험관 시술을 계속 받고 있는 것 아닐까?
합격 불합격이 나뉘어 있는 시험이 있는데 될 줄 알았는데 떨어진 거지.
그래서 합격을 받을 때까지 이번엔 오기로 다음 번엔 어쩌다 그 다음번엔 미련으로
이렇게 계속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일면 사실이었다.
여튼 그런 의구심이 일던 와중에 건강보험 적용 마지막 차수가 되었고,
그 마지막인 일곱번 만에 시험관을 끝내게 되었다.
왜 내가 계속 하고 있었는지는 명쾌하지 않지만 그만하게 되어서
왜 계속 했는지 더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다행이다. 안그랬으면 답 없는 생각만 계속 하고 있었을 지도.
처음에는 회사 다니면서,
그 다음에는 건강 상의 이유로 휴직해서,
그 다음에는 퇴직해서 계속된 시술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실패했다는 사실보다 왜 안됐는지 알 수 없어서였다.
시험관을 시작하기 전 나는 두 번의 유산을 겪었다.
의사는 나에게 임신이 됐던 사람이라 금방 될 거라 했는데, 그 금방이 삼 년이 걸렸다.
습관성 유산도 아니었고,
난소의 나이나 자궁의 문제도 아니었고,
정자의 질 문제도 아니었다.
그냥 잘 안됐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 시험관 장수생의 길로 가고 있다면
나처럼 이유를 알 수 없어 마음이 힘들다면
자책하지 말길. 당신의 탓이 아니다.
그냥, 인생에는 이유가 없는 거다...
혹자는, 마음을 내려 놓으면 된다는데? 포기하니까 생겼다던데? 라고도 하던데
그것도 알 수 없는 거다.
그런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고,,
진짜 마음을 내려 놓았을 지 100% 포기했었을지.. 어떻게 알아.
나는 그런 말도 별로 달갑지가 않았다.
'너가 마음을 못 내려 놓아서 그런 거 아냐? 편하게 생각해' 라는 거냐며
꼬아 들리더라고.
누구 하나만 마음 먹으면 되는 것처럼 말하는건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삐뚤어져서 그렇고 말하는 이들에겐 그런 의도까진 없었을 거다.)
여튼 내가 시험관 고차수여서인지 주변에서 시험관을 할 때 이것 저것 많이 물어본다.
그리고 큰 의지가 된다고 한다. 뭐지 생각지도 못한 장점인가..
그래서 다음 번엔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시험관 경험과 지식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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