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운영진으로 활동하는 동네 카페에 올린
2019년 명절 연휴 단상.
세상은 정말 알 수 없는 것 투성이고
배울 것 투성이다.
저는 결혼을 좀 늦게 해서
설 추석 같은 명절을 아직 열 번도 안 보냈는데요.
여튼 이번 명절이 끝나고
몇 가지 생각이 들어 적어봅니다.
1. 명절 모임에 대하여
제가 아이가 없어서 부모 마음을 모르는 건지
내 자식들이 다같이 모여서 같이 밥먹는게
왜 그렇게 중요한 지 모르겠어요.
그게 자식들이 서로 잘 지내길 바라기 때문도 아닌거 같아요.
자식들이 서로 잘 지낸다면
굳이 명절 때 얼굴 보지 않아도 잘 지내지 않나요?
사이 안 좋은데 밥 한 끼 같이 먹는다고
사이 좋아질리도 없구요.
그런데 며느리한테 시누이랑 밥먹고 가라고
기다리라 고집하시는 일부 부모님들이 있더라구요.
결국 본인 욕심이시잖아요.
남의 딸은 며느리 노릇 다 하라 하면서
본인 아들은 사위 노릇 안 해도 괜찮은 건지..
2. 명절 노동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제사가 정말 후손들을 위한 건지 매우 의심스러워요.
제사 때문에 부부 문제가 생기는 경우 많지 않나요?
그렇게 제사 조상 어쩌구 하던 제 남자인 친구는
와이프가 애 데리고 집 나간 지 오래구요.
조상을 잘 모셔야 후손이 잘된다고
일년에 일곱번씩 시집 제사 치르던 동생은
그 때마다 부부사이가 멀어지는 것만 같아요.
남자분들이 집안일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누군들 처음부터 익숙했을까요?
그리고 아들이 집안일하는게
어머니들은 왜그럴게 안타까우실까요?
다 큰 아들이 남의 손 빌리지 않고서는
자기 밥도 못 챙겨 먹고 못 산다면
그게 더 문제고 창피한 일 아닌가요?
3. 자녀 문제에 대하여
늦게 결혼해서 안 좋은 단 한 가지는
임신 출산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둘이서도 좋지만
아이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여러 가지 노력 중이에요.
어쨌든 고생은 저희 부부가 하는 건데
뭐그리 관심이 다들 많고 쉽게 말하는지.
요번에 인사간 큰 집에서는 저보고 너무 쉽게
애 하나 낳아 요새 병원 가면 되~ 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얼마 전 태어난 본인 외손주 영상을
계속 보여주시면서
애 낳은 기운을 받고 어쩌고 하는데
정말 예의 없다 싶었어요.
낳는다고 본인이 키워줄 것도 아니고
그렇게 쉬우면 본인이 낳든가
본인 딸한테 한 두명 더 낳으라고 하든가
‘아갈머리를 확 찢..’라고 하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자녀 문제뿐 아니죠.
타인의 삶에 대해서 말 좀 쉽게 안했으면 좋겠어요.
4. 명절 후유증에 대하여
저는 스트레스 적은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큰집에서 저런 말을 들으니 저도 모르게
남편 바가지를 긁고 있더라구요.
큰어머니한테 맞받아칠 수는 없었어요.
새로 생긴 가족 안에서 저는 약자니까요.
남편이 잘못한 게 아닌데
왜 남편한테 이러지 싶었는데
남편의 사과와 큰 집에 앞으로 안가게 하겠다는 말에 급만족.
짜증낸거 사과하며 잘 마무리하였답니다. ^^;
명절 지나고 불화와 이혼에 늘어나는 데는
명절이 분명 큰 몫을 했을 거에요.
시대가 달라졌는데도
예전의 명절 문화가 익숙하고 맞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고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견디고 따라주는 분들도 있고..
그러다 폭발하기도 하고..
그러니 남편분들 명절 지나고 와이프가 바가지 긁어도
잘 토닥여 주셨으면 좋겠어요.
100% 본인 탓이 아니지 싶어도
시가 안에서 와이프는 철저히 약자잖아요.
남편 아니었으면 안 겪었을 일들이잖아요.
남자가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옛 말도 있지만
반대도 마찬가지죠..
덧붙여
지금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다른 문화가 자리 잡았기를
간절히 바라 봅니다..
(2019.2.9 네이버 블로그에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