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을 보다 펑펑 울었다.
마지막 화에 김소현(원진아 분)이 시연을 앞둔 아기를 품에 안고 이런 대사를 한다.
처음에는요.
아기울음 소리가 너무 듣기 싫었어요.
끔찍했어요.
이유도 잘 모르겠고
나에게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건지.
아기들은 자기 몸이 조금만 이상해도 우는 거겠죠?
배고프다고 졸리다고 춥다고 덥다고
할 줄 아는 게 우는 것밖에 없으니까.
근데요.
그게 다 자기를 살려 달라고 그 얘기를 하는 거였어요.
계속 살고 싶으니까
자기 좀 어떻게 해 달라고 우는 거에요.
처음이에요.
누군가 이렇게 강하게 나한테 도와 달라고 하는 게.
나 아니면 안된다고 말하는 게 처음이었다고요.
나는 내가 모성애가 넘치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러나 첫 조카가 태어났을 때 막 태어난 그 아이를 보고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고 어쩔 줄을 몰라...하는 게 아니라
작고 빨간.. 원숭이 같다는 생각을 하는 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심지어 엄마한테 저 말을 했다가 등짝 스매싱을 당함 ㅠ
(사실 내가 가진 건 모성애라기 보다 '인류애' 혹은.. 생명을 가진 것에 대한 측은지심이 아닐까.. 싶다 ㅎ)
여하간. 내 아이를 낳았을 때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혹은 맘카페의 출산 후기에서 읽었던 것처럼...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이 나고 그러진 않았다.
'오 속이 이제 편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오랜 입덧으로 그 간 못 먹었던 것을 먹을 수 있겠다는 게 가장 신났다는...진짜임 ㅋ
코로나 때문에 2박 3일 퇴원할 때에나 아기를 처음으로 직접 만나봤고
조리원에서도 면회시간(?)에 아기를 방으로 데려와 안아볼 수 있었지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거라든가..
세상이 너로 인해 달라졌다거나 그런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그 때는 그냥. 새롭고 낯선 존재가 곁에 생겼을 뿐이었다.
무조건적인 모성애. 헌신. 이런 건 나와 거리가 있게 느껴졌다.
그런데 지난 15개월 가까이 아기와 거의 24시간 붙어 있다 보니
아기는 내 일상의 대부분이 되었다.
내 마음의 비중이 커서 대부분이 되었다기 보다는
아기는 돌볼 누군가가 필요한데 그게 대부분 나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
지옥의 대사에서처럼
"누군가 이렇게 강하게 나한테 도와 달라고 한 게, 나 아니면 안된다고 한 게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지내다 보니
내 마음에도 아기의 비중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나 아니면 안되는 일들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그게 마치 꼭 나여야 하는 것처럼 (사실 그렇지 않을텐데) 느껴지기도 하고.
나같이 불완전한 인간에게 전부를 턱 하고 맡기도 있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고..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걷기 시작하고 말하기 시작하고 그런 것들이 귀엽고 뿌듯하기도 하고..
이제야 엄마가 된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기분.
아기를 낳기 전부터 또는 아기를 낳지 않아도 모성애가 철철 넘치는 분들도 있다.
(특히 드라마에 많은 것 같다)
그런데 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모성애는 반드시 선천적인 것이 아니다.
혹시 '나는 왜 이렇게 모성애가 없을까' 고민하는 초보맘이라면 걱정 내려 놓으시길..
아기와 당신 앞에는 수없이 많은 시간이 놓여져 있고
수 많은 기억들이 그 시간을 채워갈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도 서서히 자리잡을 것이다.
걱정 많은 초보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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